8/31/2008

우연한 발견

8/31/2008 01:50:00 AM

종로구 내수동과 신문로 사이에 꽁꽁 숨어있는 식당 "낮잠"에서 발견한 낮잠.


내수동과 내자동 경계의 횡단보도. 풀린 구두 끈을 묶다가 셔츠 주머니에 꽂혀 있던 안경이 떨어진 것일까? 손이나 가방에 걸려 있던 안경이 빠진 것일까? 아니면 길 가다 안경을 흘린 건가? 에이, 설마 안경을 흘렸을라구.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예전에 실제로 멀쩡하게 길을 걷다가 안경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하여 다들 놀랐다.


에버랜드 입구의 수퍼마켓. 15대의 전자레인지 중 단 한 대의 LG 전자레인지(3번)는 왜 포함된 것일까? 물론, 나머지는 모두 삼성.


에버랜드 출구 방향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 무더운 밤의 호객 간판. 결국 매장 안을 지나면서 조카들을 위한 수저세트 두 벌을 샀다.


백설공주가 된 헬로키티. 고양이 같지 않은 애가 수십년간 고양이인 척 해 온 것도 맘에 들지 않는데, 이번엔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주인공으로 나타났다. 충격.


백송이 전문점. 여성 마취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 과연 효과 있을까?


츄앤씽. 씹을수록 노래가 잘 불러진단다. 믿거나 말거나. 이런 것이 팔린다니, 신기하긴 하다. 과거의 날계란이 이렇게 바뀌었나보다. 그럼 노래 부르기 전에 씹고 뱉어야 하나, 노래 부르면서도 계속 씹어야 하나?


빵집에서 계산하다 진열대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 위에 주먹으로 찍어 그린 몬스터.

8/30/2008

내 인생의 고양이

8/30/2008 12:13:00 AM

오늘, 여름이와 동거 2,240일째.

처음 데리고 온 날엔 한 손으로도 가볍게 들리던 아깽이(아기 고양이)였던 여름군. 다리도 길고, 꼬리도 길고, 몸통도 아주 긴 어른 고양이가 되어, 두 손으로도 힘주어 들어 올려야 한다. 그나마 여름이의 협조가 없으면 쭈욱 늘어난다. 여름이가 5년째 다니는 동물병원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키가 크다. 높은 곳 좋아하기, 업히기, 깔끔하게 몸단장하기, 맹렬한 꾹꾹이 습관, 느긋한 성격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2002년 7월 20일, 생후 3개월, 동거 7일째, 러시안블루 고양이 여름군. 1.44kg.


2008년 7월 13일, 6년 3개월, 동거 만 6년 되는 날, 5.2kg.


2003년 1월 11일, 8개월 vs. 2007년 8월 25일, 5년 4개월.


2008년 7월 28일. 확실히 귀가 작아졌나?


내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2002년 7월 13일, 여름이와 같이 살게 된 것이다. 매일 매일, 백 번을 바라봐도 볼 때 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고 완벽한(!) 생물체가 내 곁에 있게 되었는지 놀랍다. 여름이 덕분에 환경이나 동물, 인권, 기아, 윤리 이런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생명 가진 모든 것은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것의 빈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내 인생의 고양이도 여름이 뿐이다.

***
고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창조를 수정한 것이다.
(빅토르 위고)

고양이들은 박식함의 동료이다.
(샤를르 보들레르)

고양이는 인간에게 수수께끼로 남기로 작정했다.
(오이겐 스카사 바이스)

고양이가 개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경찰 고양이가 없다는 데서 드러난다.
(장 콕토)

만약 신이 인간이 될 수 있다면,
그는 고양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로베르트 무질)

- 고양이 문화사, 작은 발이 걸어간 길을 찾아서 (데틀레프 블룸, 들녘, 2008)

8/28/2008

Cars & Drive

8/28/2008 01:26:00 AM

애니메이션 '카'(Cars, 2006). 내가 '카'를 처음 본 것은 2006년 개봉 당시 씨너스이채에서였다. 당시엔 차를 너무 의인화한 거 아닐까, 캐딜락이나 BMW, 페라리, 포르쉐 이런 자동차 브랜드들이 직접적으로 언급된다는 사실이 좀 거슬렸다. 한편으로는 은근히 감동적인 장면에 혼자 울컥(?)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카'로 애니메이션 생활(?)을 시작한 큰 조카 기토는 집에 놀러올 때마다 꼭 '카' DVD를 보여달라고 한다. 덕분에 나도 그 동안 '카'를 수십 번 넘게 봤다. 보면 볼수록, 얼마나 세심하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인지 감탄한다. 게다가 멋진 왕년의 레이스카 닥 허드슨의 목소리 배우는 내가 최초로 좋아했던 영화배우 '폴 뉴먼'. 그 역시 레이싱을 하는 사람이라 아마 흔쾌히 수락했으리라.

이 애니메이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타이어 가게의 루이지(피아트500)와 귀도(Guido). 취향이 뚜렷하고,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강하며, 피스톤컵 경기에서도 프로정비팀을 능가하는 훌륭한 일솜씨를 보여준다. 한 마디로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이들이다.


만약, '카'를 봤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면 다시 한 번 보시라. 날아다니는 파리가 어떤 모습인지,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를 귀도가 어떻게 만져보는지, 레이스 경기장에서 관람차(?)들이 마시고 있는 음료수가 어떤 모양인지, 그 마을의 산이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지.

'카'를 여러 번 본 다음에 운전을 하면 새로 포장된 도로 구간을 달릴 때 마치 나와 미니가 혼연일체되어 '카'에 나오는 캐릭터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깨끗하고 매끄럽게 포장된 도로 위를 지그재그로 달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최근 자유로-임진각 구간 중에 재포장된 곳이 많아 더 자주 그런 생각이 든다.

***
복원 공사 중인 숭례문. 처음 불길 치솟던 순간에 숭례문을 지나며 목격했기 때문에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아련하다. 무엇이든 최초로 만드는 것보다 처음 그대로를 오래 보존하고 계승한다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인가.


광복 60주년. 이번엔 시청 건물이 대형 태극기로 뒤덮였다. 광장은 연일 집회와 진압으로 몸살을 앓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특별한 날마다 옷을 갈아입는 시청 건물 컨셉은 마음에 든다.


올 상반기 내내 집회와 교통통제의 중심지가 된 세종로 사거리. 지금은 광장 공사 때문에 혼잡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근처를 지키는 의경들이 이순신 동상 방향으로는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한다.


지난 6월 이후 처음 세차를 했다. 오래간만에 깨끗한 차와 멋진 드라이브용 음악(The Dark Knight O.S.T.)이 준비되었으니, 이제 토요일 아침만을 기다린다.

8/27/2008

The Dark Knight

8/27/2008 12:02:00 AM

1987년 플래툰(Platoon)
1999년 매트릭스(The Matrix)
2008년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이 세 영화의 공통점은 자발적으로, 내 돈 내고, 극장에서 세 번 본 영화라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두 번쯤 극장에서 본 영화나, 극장에서 한 번 보고 DVD를 구입한 영화(이건 좀 많음), 극장에선 아예 보지 못했지만 비디오와 DVD로 즐겨 보는 '바그다드까페'와 같은 영화도 있었다. 그러나, 극장에서 세 번 보고 OST와 DVD를 모두 구입한 영화는 세 편.



'배트맨 비긴즈'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에 너무나도 실망한 나머지, 배트맨 비긴즈를 극장에서 못 봤다. 그런데 씨너스이채에서 다크나이트를 보고 나니, 배트맨 비긴즈를 꼭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집으로 돌아오며 DVD를 구입해서 봤다. (나중에 보니, 요즘 케이블TV에서 '알고 보자 다크나이트' 이런 컨셉으로 배트맨 비긴즈를 엄청 자주 보여주고 있었다.)

그 다음엔 스크린이 크다고 소문난 일산CGV 아이맥스관에서 한 번, 그리고 일주일 후 일산CGV 스타관에서 또 한 번 더 봤다. 용산CGV 아이맥스관을 갈까 했는데 거긴 이미 소문난 곳이라 예매도 어렵고 사람도 너무 많아서 한적한 일산CGV로 갔다.

애들을 위한 단순한 '맨' 시리즈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수퍼맨 리턴즈'도 여기에 비하면 애들용에 가깝다고나 할까. DVD 출시 때 Special Features에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그리고 그 다음 편 역시 기대된다.

***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 (참고로 책 아래 독서대는 액토 제품인데 꽤 유용하다. 특히, 책 펴 놓고 음식 먹을 때, 무릎 위에 올라온 여름이 쓰다듬을 때 기타 등등)


이 책은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첫 페이지부터 아주 마음에 든다.

8/26/2008

아는 사람

8/26/2008 02:01:00 AM

퇴근하면서 아파트 지하 마트에 잠깐 들러 나오다가 복도의 코너를 도는 순간, 낯익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덥수룩한 머리에 반바지, 헐렁헐렁한 걸음걸이. 순간적으로 앗,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몰라, 그래도 인사는 해야겠지 하는 생각에 가던 멈칫 한 걸음 물러나기까지 하며 "안녕하세요" 했다.

보통은 그렇게 하려는 찰나에 한 쪽이 인사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지나치거나, 굳이 인사까지야 뭘 하면서 '멈칫' 하던 동작을 또 '멈칫' 하고 가던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그 사람도 나와 똑같은 패턴으로 "안녕하세요" 했다. 평소 모습에 비해 많이 자유분방한 차림새여서 나보다 조금은 더 당황한 것 같았지만, 그렇게 동시에 '아는 척'을 하고 헤어졌다. 돌아서서는 혼자 머쓱한 웃음.

나는 그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헤어스타일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안경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가 얼마나 다른지, 체중이 좀 늘었거나 줄었는지를 구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결혼은 했는지, 일하는 것이 즐거운지에 대한 내용은 모른다. 그와의 대화 내용은 메뉴를 주문하고 계산할 때 뿐이니까.

그는 내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들르는 동네 커피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생각해 보면, 이 동네에서 일한지도 벌써 12년. 많은 가게들이 생기고 사라졌지만, 여하튼 그 중에서도 자주 가는 여러 가게들에 아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 이름까지 알고 지내는 곳은 한 군데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어느 가게 사장님 정도로만 알 뿐이다.

6년 넘게 같이 살고 있는 여름이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름이는 사회생활도 하지 않고, 나 아닌 다른 사람과는 대화를 더 잘 할 수도 없음이 분명하니까. 물론, 이건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고, 여름이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를 '잘 안다'라고 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알아야 하는 것일까?

8/23/2008

생활의 기록

8/23/2008 11:29:00 PM

2006년 11월


2007년 3월


2007년 4월


2007년 5월


2007년 6월


2007년 7월


2007년 8월


2007년 10월


2007년 11월


2007년 12월


2008년 1월


2008년 2월


2008년 6월

8/22/2008

생활의 지혜

8/22/2008 12:16:00 AM

삼겹살 굽는 자리에선 절대 노트북컴퓨터를 열지 말라.

복잡한 주차장에서는 주차 직후 위치를 폰카로 찍어두면 편리.

평일 낮 시간에 강남 갈 땐 반드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것.
과거 그 동네 살 때는 몰랐는데 요즘 그 곳은 도로가 아니라
조금씩 움직이는 거대한 불가사리. 그런 괴물 주차장 같다.

단,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밀리는 도로 한가운데 있게 되었다면
그 동안 연락 못했던 사람들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8/21/2008

한자필맹(漢字筆盲)

8/21/2008 12:47:00 AM

2008/07/17 蝸角相爭, 釜中之魚 (와각지쟁, 부중지어)
2008/07/22 物極必反, 首丘初心 (물극필반, 수구초심)
2008/07/23 刻舟求劍, 良禽擇木 (각주구검, 양금택목)
2008/07/24 繪事後素, 簞食瓢飮 (회사후소, 단사표음)
2008/07/25 創業易守城難, 百年河淸 (창업이수성난, 백년하청)
2008/07/28 危急存亡之秋, 盤根錯節 (위급존망지추, 반근착절)
2008/07/29 見利忘義, 各自圖生 (견리망의, 각자도생)

2008/07/30 隔靴搔痒, 孤掌難鳴 (격화소양, 고장난명)
무슨 일을 애써 하기는 하나 요긴한 곳에 미치지 못하는 감질나는 마음.
혼자서는 일을 이루지 못하거나, 맞서는 사람이 없으면 싸움이 되지 않음.

2008/07/31 千慮一失, 讀書亡羊 (천려일실, 독서망양)
천 가지 생각에도 하나의 잘못이 있다.
글을 읽다가 양을 잃어버리다.

2008/08/01 三寸之舌, 一字千金 (삼촌지설, 일자천금)
세 치밖에 안 되는 혀가 백만의 군사보다 강하다.
한 글자만으로도 천금의 가치가 있는 문장.

2008/08/04 水至淸則無魚 (수지청즉무어)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2008/08/05 邯鄲之步, 去者日疎 (한단지보, 거자일소)
제 분수를 잊고 무턱대고 남을 흉내내다가 이것저것 다 잃음.
떠난 자는 나날이 멀어진다.

2008/08/06 醉生夢死, 臨渴掘井 (취생몽사, 임갈굴정)
술에 취하여 자는 동안에 꾸는 꿈 속에 살고 죽는다.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판다.

2008/08/08 近墨者黑, 近朱者赤 (근묵자흑, 근주자적)
검은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 (나쁜 사람을 사귀면 물들기 쉽다)
붉은색을 가까이하면 붉어진다 (주위환경이 중요하다)

2008/08/11 風聲鶴唳, 暴虎馮河 (풍성학려, 포호빙하)
바람소리와 학의 울음소리. 겁을 먹은 사람이 하찮은 일이나 작은 소리에도 몹시 놀람.
범을 맨손으로 때려잡고 황하를 걸어서 건넌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한 용기.

2008/08/19 非人不傳 (비인부전)

***
평소 단순하고 직관적인 말과 글을 최고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자성어에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한동안 한자성어 놀이에 빠졌었다.

보고 읽거나 컴퓨터로 찾을 수는 있지만
정작 직접 손으로 쓸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
이런 경우 한자필맹(漢字筆盲)이라고 해야 하나?

돌아오는 토요일(8월 23일)은 더위가 꺾인다는 처서(處暑).

8/20/2008

사랑과 소유

8/20/2008 10:11:00 AM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지만,
생명 있는 것 그 무엇도 소유할 수는 없다.

8/19/2008

그림자 놀이

8/19/2008 01:14:00 AM



열대야 때문에 더울까봐 자기 전에 잠깐씩 에어컨 켰던 것이 바로 지난 주인데, 말복과 입추가 지났다고 제법 아침 저녁 바람이 선선해졌다. 온도에 민감(?)한 여름이는 벌써 따뜻한 자리를 찾는 것일까? 햇볕이 너무 강한 것 같아서 롤스크린을 내려주었는데, 여름이는 오히려 롤스크린 바깥쪽 햇볕 잘 드는 창틀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