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2009

기억 1 : 여름 고요-평화

6/19/2009 03:13:00 AM

아홉번째 생일 무렵. 8월 중순의 한낮.
생일 선물로 산 책을 읽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엄마도, 동생들도 모두 낮잠을 자고 있다.
혼자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 바깥을 보았다.
눈부심 때문에 잠깐 앞이 깜깜해졌다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햇살은 강렬하지만 덥지는 않고 나른한 느낌이다.
거리에 차가 없다. 민방위 훈련하듯,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다.
짙푸른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들도 잠잠하다. 바람이 잠들었으니까.
세상은 그렇게 조용한데 눈치없는 매미들만 울어댄다.
맴맴맴매애애앰. 너네들은 잠도 없니. 그 땐 몰랐다.
그들이 몇 년을 땅속에 있다 밖에선 겨우 몇 달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매미들이 울음을 딱 멈추었다.
한참 동안 소리도, 움직임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다.

고요. 평화.
나만 깨어있는 것 같았다.
마치 세상이 나를 위해 잠깐 멈춘 듯.

그저 평범한 도시의 거리였을 뿐이지만
나에게는 아름다운 기억 속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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