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3/2009 02:04:00 AM
회사 벽면에 지난 몇 달간 이런 포스터를 붙여놨었다. 콧수염 군인이 정면을 가리키며 "너!"라고 지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Your Country Needs You"라고 되어 있다. 1차 대전인지,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모병 포스터란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시리즈가 더 있다. 나는 이 포스터를 볼 때 마다 "너는 누구냐?"라고 묻는 것 같다.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낯선 모임에 가서 나를 소개할 때 뭐라고 해야할 지 여전히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며칠 전, 위의 포스터는 아래 그림으로 대체되었다. 원래는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구입한 것이었는데, 회사 동료들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우리 방에 붙였다. 붙여놓고 보니 방을 드나들 때 한 번씩 눈길이 가면서, 지금 내 상태는 어떤가를 생각하게 된다.
난 사람에게 별명 붙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편적인 특성으로만 그를 규정함으로써, 그의 참모습은 그 그늘에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팀 빌딩, 리더십, 자기성찰에 많이 이용된다고 하는 대표적인 성격 유형 검사인 MBTI와 에니어그램 교육을 각각 40시간 이상 수강했다. 감히 사람을 어떻게 분류해...라는 생각에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필요했다. 그리고, 수강 후엔 사람들이 어떠하다는 판단을 더욱 유보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내 나름대로의 생각만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보았으나 이제는 좀 더 객관적이고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한 사람의 변동 폭을 더 넓게 적용하게 되었다고 할까.
이런 검사 도구들은 자기보고식 검사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검사에 임하는 사람이 본인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하는 상태라면 당연히 그 결과도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검사에 답하면서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기.
- 전혀 몰랐던 나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하는 행위에 대해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 지금 나의 상태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깨닫고 분노나 두려움을 다스리기.
- 나와 다른 이들이 내 맘 같지 않음을 원망하기 전에 그들도 스스로를 알아차릴 수 있을 때까지 돕거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기.
- 자신을 부정하는 이들에게 결과의 수용을 강요하지 않기.
종합하면, 검사 자체는 자신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과 상호작용하는 주변 사람들이나 세상과의 소통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나는 모른다"라는 느낌이 강해진다. 그래서 세상과의 연을 끊고 정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가 보다.
6/03/2009
나는 모른다
Posted by
pep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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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2009 02:04:00 AM
Labels: New, Smal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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