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2009

여름군, Flickr에 뜨다

4/25/2009 11:01:00 PM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체크하는데 이상하게 Flickr에서 이웃신청 메일이 많이 와 있었다. 그리고 2005년 10월 1일에 찍고 아마도 2006년쯤 Flickr에 올렸을 이 사진에 코멘트가 마구 늘어나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하며 몇 개 질문에 답을 하다가 발견한 사실은 여름이의 오래된 이 사진이 Flickr Blog의 메인페이지에,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버의 오늘의 블로거 정도랄까, 그러나 네이버처럼 여러개가 번갈아나오는 것도 아니고 24시간 동안 맨 위에 커다랗게 고정되어 노출되고 있음이었다.

여름군이 뜬 2009년 4월 24일자 Flickr blog 화면 보기

같이 추천되어 게시된 사진들을 보니 오늘의 주제가 영화 스타워즈였나보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에 찜질방 양머리 패션으로 뜬 이 스타일이란 점을 알 리 없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그저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 머리와 닮게 보였으리라.

The force is strong with this one. (← 이런 제목으로)
Pink towel hood

찜질방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던 나는 양머리 수건 접기를 인터넷으로 보고 이 날 딱 한 번 따라 해 봤을 뿐인데. 하긴, 여름이에게 씌워놓고 보니 나도 레아 공주 스타일이네? 그런 생각 했었다. 여름이의 성별과 카메라 기종, 여름이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종이 목도리는 내가 억지로 씌워주는 것인지, 여름이가 자발적으로 쓰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진에 설명을 추가했다.

원래 이 사진엔 제목 외에 변변한 태그나 한 줄의 설명도 없었는데 어떤게 발견되어 메인으로까지 올라간 것인지 참 궁금하다. 여름이 덕분에 참 재미있는 경험 한다. 여름아~ 너는 알고 있니? 너에게 푹 빠진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는 사실을.

4/07/2009

고양이 관련 책 20선

4/07/2009 01:56:00 AM

언젠가 한 번 고양이에 관련된 책들을 정리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언젠가"가 오늘이 되었다. 오늘도 목록만 적어볼까 했는데 이렇게 길어졌다. 한 때 "고양이"라는 단어만 들어간 책을 무차별적으로 구입했다. 그 중엔 개인 취향의 글모음이나 예쁜 고양이 사진을 나열한 사진집에 가까운 책들도 많다. 그런 책들은 서점에서 직접 보고 구입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일기장을 책으로까지 펴내는 걸 보면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약간 자아 도취적인 특성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래 제시한 20권은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는 책들만 선별한 것이고, 제시한 순서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
1. 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박수인, 북키앙, 2003) : 고양이와의동거를 가장 생생하게 그린 만화책. 특히 길고양이들의 애환이 잘 그려져 있음. 고양이 초보, 어린이들에게 강력 추천. http://www.d-al.net/ 사이트에 계속 연재되고 있음. 일본 만화계 상을 받고 현재 일본 체류 중.

2. 파리에 간 고양이(1부) /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2부) /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3부) (피터 게더스, Media 2.0, 2005) : 노튼에게 우유를 비롯한 사람 음식을 즐겨먹였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저자만의 고양이사랑법을 잘 실천함.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노튼이 같은 침대를 쓰지 않았을 것임. 랜덤하우스 편집장답게 한 마리 고양이와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를 생생하게 기록. 마지막 여행편에선 눈물 각오해야 함. 3부작 완결.

3. 고양이에 대하여 (스티븐 부디안스키, 사이언스북스, 2005) : "생물학과 동물 심리학으로 풀어 본 고양이의 신비"라는 원제가 있으나, 전작인 "개에 대하여"와 비교하면 저자는 고양이보다는 개에 대한 지식이 더 많으리라는 결론이 내려짐. 같은 깊이로 다루어진 책이 아님.

4.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고경원, 갤리온, 2007) : 아주 슬프고도 아름다운 우리나라 길고양이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나면 골목길 어느 구석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짠해질 것이다.

5. 묘한 고양이 쿠로 1-9권(완결) (스기사쿠, 시공사, 2006) : 고양이 쿠로의 생로병사 일대기를 그린 명작. 너무 과하지 않은 의인화, 고양이의 습성을 정확하게 묘사하면서도 귀여운 그림체. 고양이들에게 비교적 관대한 일본이지만, 버림받은 고양이, 상처입은 고양이, 길고양이, 과잉보호 하에 사는 고양이 등 다양한 삶이 등장한다. 달나무의 고양이방에 버금가는 강력 추천작.

6. 고양이가 궁금해 (마티베커 & 지나 스패더포리, 펜타그램, 2007) : 고양이에 대한 여러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고양이 동호회 게시물을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FAQ 형식으로 엮었다. 부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있지만, 고양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 하다.

7. 고양이는 정말 별나, 특히 루퍼스는… (도리스 레싱, 예문, 1998) :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저자의 작품세계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단순히 고양이에 국한되지 않고 그 이상의 더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다. 고양이에 대한 많은 것을 기대하고 책을 펼쳐드는 애묘인에게는 매우 불만스러울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

8. 우리집 고양이는 열애 중 (버지니아 브라운, 이룸, 2002) : 고양이를 지나치게 의인화해 버리는 바람에 오히려 고양이의 매력을 반감시켜 버리는 효과가 있었던 책이다. 그러나 고양이 세계의 하이틴 로맨스류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시도해 볼 수도.

9. 알바 고양이 유키뽕 1-12권 (Kazuhiro Azuma, BB Comics, 2007) :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엽기(?) 코믹 만화가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 제목 그대로 고양이가 사회에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인과 자신의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야기.

10. 세상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카이 (이와고 히데코, 동쪽나라, 2003) : 버려진 고양이 카이가 동물사진 작가 부부에게 발견되어 그들과 함께 한 16년의 이야기. 작고 귀여운 책이지만, 오래 전 버전이라 약간 아쉽다.

11.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이명석/박사, 시지락 2002, 홍디자인(개정판) 2007) : 고양이와의 동거생활을 그린 여러 글모음. "달나무의 고양이방" 산문 버전이랄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환경,여러 에피소드들이 뒤섞여 체계적인 구조는 아니다. 함께 살게 되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 대신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여러 가지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

1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문학사상사, 1997, 일본의 원작은 1905) : 일본의 국민작가, 일본의 세익스피어라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소설. 아마 고양이 제목을 달고, 고양이가 주인공인 책 중에서는 첫번째로 손꼽히는 작품성있는 소솔이 아닐까 싶다. 애묘인으로서 상식 쌓는 차원에서 읽어볼 만함. 당장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급하신 분은 나중에 읽으셔도 됨.

13. 에펠탑의 검은 고양이 (아라이 만, 한길사, 2000) : 제목도 그럴 듯 하고, 책 표지의 검은 고양이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속지말지어다. 단지 제목과 표지 그림만 그렇다. 여기에서의 고양이란 현대음악가, 몽마르트의 예술가, 에릭 사티를 의미한다. 그러나,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간 작품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만큼이나 유명하니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

14. 고양이 문화사 (데틀레프 블룸, 들녘, 2008) : 고양이와 관련된 유명한 것, 역사적인 사실들을 죄다 끌어모은 책이다. 고양이 품종이 아닌 역사 속의 고양이와 관련된 백과사전이랄까... 다만, 백과사전적 특징 상 커버리지는 넓으나 깊이가 얕다는 것이 문제. 고양이 관련 서적을 수집하는 애묘인에게는 소장 가치가 있다.

15. 고양이 카페 (레슬리 오마라, 보누스, 2009) : 저자가 고양이 예찬론자라는 점에서, 거의 고양이 찬양에 대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고양이 문화사"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좀 더 가볍고 단순하게 쓴 글이다. 그러나 부제에서처럼 "고양이에 관한 비밀스럽고 놀라운 진실"이 많은 건 아니다. 애묘인에게는 일반 상식에 해당하는 내용이 더 많다. 한 두 시간에 독파 가능한 책.

16. 나보다 더 고양이 (로베르 드 라로슈, 북하우스, 2005) : 저자와 함께 사는 고양이가 토론하고 대화하는 형태로 엮은 책이다. 나는 동물을 너무 의인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초기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지만, 뒤로 갈수록 고양이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느껴져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뀌어 마무리.

18. The New Encyclopedia of the Cat (Bruce Fogle, DK Publishing, 2001) : DK의 고양이 백과사전. 좀 비싸기는 하지만, 이 한 권에 고양이 품종과 양육, 생물학적인 지식 모두 포함되어 있다. 올컬러판.

19. 듀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갤리온, 2009) : 2009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 곧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미국 변두리 도서관에서 19년을 살다 간 고양이 듀이 이야기. 작은 고양이 한 마리에서 시작된 도서관, 사람들, 마을의 변화, 세월의 흐름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많다. 단순한 고양이 이야기는 아니다.

20. 나비가 없는 세상 (김은희, 서울문화사, 2001, 책공장더불어(개정판) 2008) : "달나무의 고양이방", "묘한 고양이 쿠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의 사람 이야기까지 곁들여 짧게, 쉽게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한 권의 만화책을 추천하고 싶다. 언제 봐도 감동적인 고양이 만화의 고전. 강력 추천.

***
여름이와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7월 13일부터이지만, 사실은 그 해 초부터 고양이를 입양하리라 마음먹고 고양이에 관한 책이나 글,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수집하여 읽고 보았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 때 개는 직접 길러보았지만, 고양이는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나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라도 빡센 예습이 필요했다. 물론, 같이 살며 겪은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사전 준비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2002년 봄에는 서점에서 "고양이"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책들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제일 먼저 구입할 수 있었던 책이 "나만의 개와 고양이 예쁘고 건강하게 잘 키우기(웅진씽크빅, 2002.06)"였겠는가. 그러나 당시를 기점으로 2002년 하반기에는 여러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개보다 고양이 책이 더 다양하게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위의 고양이 관련 책 20선에는 동물학 관점에서 고양이 양육이나 습성을 다룬 책이나, "왓츠 마이클?(고바야시 마코토, 학산문화사, 2003)"과 같이 사람이 고양이 탈을 쓴 듯한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들은 제외했다.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주인공 스파이크의 입으로 전해지는 "백만 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 비룡소, 2002)" 동화(어른들을 위한)는 매우 의미심장하고 감동적이지만, "백만 번 산 호랑이"라고 해도 통하기 때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고양이와 관련된 신간이 없을 때에는 일반적인 동물 관련 신간을 찾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아야 하는 이 지구, 자연, 환경에 대한 내용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회인으로서의 내 삶의 전반이 혼돈 속의 소비, 회사 일과 강남일대의 유흥생활(?)로 채워진 반면, 여름이를 만난 이후 참 많은 외적, 내적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여름이를 떠나보내야만 할 7-10년 후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때쯤엔 내가 겪어야 할 아픔을 자연의 순리로 의연하게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