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2010 25:10:00 AM
10월, 11월, 12월, 그리고 1월. 앞의 세 달 동안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외사촌 동생들이 한 명씩 결혼을 했다. 서울, 부산, 대전에서. 그리고 1월 30일. 올해 여든 일곱 되시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2월 1일 새벽. 부산 영락공원에서 맨 첫 순서로 화장을 하고 장지가 있는 밀양으로 향했다. 난 이번에 처음으로 화장과 매장 과정을 지켜봤다. 그러나, 화장터에서 본 그 어떤 유가족들보다 우리는 차분했다. 의사인 큰외삼촌이 미리부터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당부하기도 했고, 연세도 많으셨고, 또 떠나시기 직전까지도 평소의 와일드하신 성격대로, 하고 싶은 말씀은 모두 하실 수 있었기 때문일까.
가족들과 함께 탄 차가 밀양으로 들어설 때, 영화 "밀양"이 떠올라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 주인공은 밀양에 와서 아이를 잃었지. 영화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가끔 눈에 띄기도 했다. 큰 버스는 마을 어귀에 세우고, 작은 차들만 묘소 가까이까지 올라갔다. 나는 차를 타지 않고 큰 길에서부터 걸어 올라갔다. 마치 "1박 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던 작은 시골 마을 느낌. 한겨울 농한기, 축사에 머물며 가끔 움머어어어 소리내는 소들과, 낯선 사람이 지나가기만 하면 시위하듯 뛰어오르며 씩씩하게 짖어대는 개들, 기온은 높았지만 잔뜩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3시간 정도의 예를 치루었다. 큰 도시에서 멀지도 않고, 교통도 편하고, 평화로운 곳. 이 곳이라면 매년 한 번 정도는 와 봐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KTX 기차를 타기 전에 일부러 김형경 작가의 애도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푸른숲, 2009)이라는 책을 구입했다. 웬만한 심리학자만큼 그 분야에 박식하다는 작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런 날이 오면 그 책을 한 번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에게도, 부산역에서 잠깐 만난 친구에게도 한 권씩 보냈다. 그런데 이 책, 너무 유식하다. 어떤 작가가 이런 글을 썼고, 어떤 책은 또 이랬었고 하는 다른 책들을 언급하는 부분들이 많다. 순수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겐 그것들이 발 끝에 걸리는 돌뿌리같이 느껴질 지도 모들 일이다.
외가 친인척들과 좀 가까와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 겨우 볼까 말까였는데, 4개월만에 세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같이 하다 보니 다르면서도 비슷한 모습, 그리고 예전엔 몰랐던 재미있는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집안의 대소사로 만나게 될 기회가 점점 늘어나겠지. 이런 것이 나이듦의 증거.
2010-02-09
세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Posted by
pepl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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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Labels: Book, Place, Smal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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