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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7

상부상조

3/27/2010 16:22:00

광화문 씨네큐브가 있는 흥국생명빌딩 지하 3층에는 종로구 내에서 유일한 곳으로 생각되는 실내세차장이 있다. 스팀세차가 아니라 온전하게 물을 써 가며 손세차를 할 수 있다. 건물 설계 단계에 이미 계획되어 있었던 듯. 특히 추운 한겨울이나 황사가 많은 봄에 유용하다. 세차해 주시는 분들도 매우 친절하고 꼼꼼해서 작년부터는 어설픈 셀프세차를 포기하고 이 곳을 애용하고 있다.

세차만 할 경우에도 한 시간 무료주차가 지원되지만 내 앞에 다른 차들이 밀려 있는 경우엔 시간을 초과하여 세차비에 맞먹는 주차비를 내야 하는 위험이 있다. 이 때 씨네큐브가 미덕을 발휘한다.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보면 무조건 세 시간 무료주차가 된다. 세차를 맡긴 후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오면 깨끗해진 차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토요일 오후 4시 8분. 싸네큐브 상영관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오후 4시에 시작하는 시리어스맨을 예약하고 세차를 맡겼다. 그런데 오늘은 5시까지만 영업을 하니 그 때 차 열쇠를 찾으러 오랜다. 영화는 5시 45분이나 되어야 끝나는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영화보단 세차가 중요해서 잠깐 나오리라 생각했다. 영화 보는 도중 오가는 건 민폐이기에 매표소에서 출입구에 가까운 자리로 바꿔달라 하니 매진이라 안된단다. 게다가 영화 중간 출입은 불가라고. 그건 안다고요... 그래서 내가 엄격하고 팝콘도 없는 이 극장을 좋아하는 것이고.

할 수 없이 영화를 완전히 포기하고 환불 요청을 했다. 그런데 시작 시간에 임박해서 안 된다네? 에잇, 하고 돌아서는데 뒤에 서 있던 처자가 자기에게 표를 팔라고 한다. 내가 버리려던 표는 매진 표시 앞에서 망연자실 하던 그녀에겐 횡재였던 것이다. 거래는 재빠르게 성사됐고 그녀에 대한 고마움으로 천원을 할인해 주었다.

지금은 세차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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