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2010 26:49:00
설 즈음부터 괜히 분주했던 한 달을 보냈다. 3월 중순도 훌쩍 지난 즈음에 함박눈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시간과 계절의 흐름이 오락가락하는 느낌이다. 밤낮이 분간되지 않을 정도의 황사보다는 그 성분이야 무엇일지는 몰라도 세상을 뒤덮는 함박눈이 보기엔 더 좋다. 바닥에 쌓이지 않고 얼지만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연말정산환급 기념(?)으로 새로운 만년필을 구입했다. 만년필보다는 연필 명가 Faber-Castell의 2009년 신상품 Mondoro Black. 원래 다른 모델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가 제품을 받고서는 당장 퇴근 후에 눈길을 뚫고 강남까지 가서 반품하고, 대략 30초 정도의 고민 끝에 Mondoro를 선택했다. 파버 카스텔은 육각 연필을 처음 만든 회사로도 유명한데, 몬도로는 그 육각 연필을 모티브로 삼은 모델이라고 한다.
투박한 라인에 별다른 장식도 없어 이쁘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고, 검정 수지와 반짝이는 크롬 캡은 그 옛날 흰 저고리, 검정 치마를 연상케 한다. 처음 손에 쥐었을 때에는 보기보다 가벼워 어색하지만, 캡을 뒤에 끼우고 잡아 보면 무게나 그립감이 딱 적당하다. 이쁜 애인은 아니지만,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을 열 두 시간 정도는 같이 타고 가도 좋을 편한 친구랄까. 물론 단점도 있다. 배럴과 캡 부위 모두가 휴대폰 액정만큼이나 손자국이 많이 남기 때문에 자주 닦아줘야 하고, 크롬 캡의 빛반사가 가끔은 눈부셔 거슬릴 수 있다. 펜촉은 스텐레스스틸 재질로 F와 M 사이즈 뿐이며, 캡은 돌려 여닫는 것이 아니라 육각 모서리에 맞춰 눌러 끼우는 방식이다.
※ 받자마자 반품했던 만년필은 Faber-Castell의 Ambition 코코넛우드 모델이었다. 한 달 전에 연필과 비슷한 굵기의 1.4mm 심을 쓰는 배나무 재질의 E-Motion 트위스트펜을 구입했는데, 따뜻한 나무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만년필도 나무 재질로 한 번 써 볼까 했다. 그러나 막상 실물을 쥐어보니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특히, 그 코코넛우드는 NG.
2010-03-23
Faber-Castell Mondo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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